• 앱 다운로드
  • 바로가기

챤스볼 채팅 접속이 끊긴 상태입니다.

아래 채팅 접속하기를 클릭하여 주세요.

채팅 접속하기

축의금 13000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프릴리아 작성일22-09-18 22:30 조회27회 댓글0건

본문


축의금 3만원 핫게있어서 찾아올려봅니다  읽을때마다 눈물나네요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아이를 등에 업고서 
토막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 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며 나타난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통해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만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커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우며 번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러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일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어젯 밤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 
행복한 고물상의 저자 이철환 님의 실제 이야기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유머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316 제목학원 포커페이스 01-16 28 0
-1317 요즘 시골 인심 투다리스머프 06-18 28 0
-1318 여직원 출근 첫날 대참사 국세청 01-17 28 0
-1319 학생이라면 다 해본 것.jpg 글레디에이터 09-11 28 1
-1320 평범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뀐 이유.jpg 헌법 09-25 28 2
-1321 우리 곁을 스쳐갔던, 또는 현존하는 치킨집 목록 테크닉 01-18 28 0
-1322 미모의 김연우 아내 JkGytH 06-19 28 1
-1323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키킥킥 09-12 28 1
-1324 역대급 뷰를 가진 아파트 츄잉 04-19 28 1
-1325 물먹다 익사할뻔 허세대왕 06-20 28 0
-1326 일본이 가장 무서워 하는것 남자의남자 01-20 28 0
-1327 철창 뽑기 하자 하나는 21살임 돈주인 06-21 28 0
-1328 사회성없다고 사회성 없어도 괜찮을것같은 취미 하지 마라 사퇴하세요 06-21 28 0
-1329 저희 엄마 장례식장에 오는척 일을 빼고 술마시고 논 친구.. ehdgus123 09-15 28 0
-1330 눈 온 날 폴라로이드로 하얀 개를 찍으면 나오는 사진 데몰리션 10-02 28 0
-1331 텔레토비 근황 피구왕통키 04-21 28 2
-1332 일본에서 인기라는 한국음식 뷔페 명란젓코난 06-22 28 0
-1333 게임업계의 창과 방패 유비 06-23 28 1
-1334 로또 1등 22명 당첨 판매점 플루토늄 09-17 28 2
-1335 돼지 키우는 폰게임에 푹 빠진 엄마 아항 10-07 28 2
-1336 대 유튜버 시대에 사람들이 실감하게 된 것 오르바마 01-27 28 0
-1337 6살 애가 못 믿는 것 허수아비 01-28 28 0
-1338 가짜광기와 진짜광기 VSRock 10-12 28 2
-1339 ㅇㅎ) EBS 수신료 70원의 가치 바나나쥬스 04-25 28 1